만취가 되면 올라가곤했던 고자상
(고자상 : 남자세명이 지구를 들고 있는건데 다 고자여서 붙여진 이름)
오랫만에 그 고자상 아래 미래광장에 앉았다.
광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낙엽진 나무가
뉘엇뉘엇 져가는 가녀린 햇빛을 받아.
광장안쪽으로 흐리고 가녀린 그늘을 만들어냈다.
그 가냘품을 담아내고 싶어서 고자상위로 올라섰다.
새로운 세상-
한키만큼 위로 올라가 광장을 바라보니 다른 세상이 있었다.
높아진 눈높이만큼 거만해지지는 않았지만-
가냘픈 그늘이 슬픈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듯했다.
녀석이 보여주기 싫은 슬픈 뒷모습을 억지로 올라선 동상위에서 바라보는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바로 카메라를 들지못하고 잠시 그곳에 앉았다.
누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마치 내가 그늘이 되어 홀로된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한것마냥.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듯이 파인더를 데고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렸다.
몇분이 흘렀을까.. 그늘과 잘어울리는 사람들이 지나가길래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그늘은 나에게 외롭다고 했던가.
녀석은 외로웠던것인가.
아니면.
외로웠던 것은 나인것인가....
Photo by Jaywhy (내사진 by Q) ㅣ Autum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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