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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는 사람.
어려서부터 그랬는지,
언제부턴가 이렇게 바뀐건지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에 대한 묘한 아련한과 코끝찡함이 있어.


오래된 시골집 주변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감나무와 밤나무와 앵두나무들. 체 익지도 않은 퍼런빛이 돌던 감을 배고픔에 한입배어물고는 입 한가득 퍼지던 떫은에 침을 퉤퉤 뱃으면서도 해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그짓을 또 하곤했는데.





아침마다 지붕위로 바람을 맞아 떨어지던 알찬 밤나무 소리에 잠을 깨서 창문을 열면 넓지 않은 나무유리창문으로 쏟아져들어오던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

바가지 한가득 앵두를 가득담아 그 작은 손으로도 넘칠정도로 가득잡아 입에 쑤셔넣고는 씨앗만 톡톡 뱃어내던.

내 어린 시절들.





오랫만에 내려가는 시골마을엔 이젠 그런 풍경은 없어.
아니. 풍경이 없다기보다는..

세월의 흐름을,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으신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던 작은 창문이 있던 내방도 주인을 잃은 지 오랜시간이 지나버려서 쓸쓸해져버렸고.

익지도 않은 감을 따줄 어린 나도 없는 그곳. 이젠 전부 까치들 차지가 되버려서 가을즈음 내려가게되면 탐스럽게 익은 감이 어린시절 날 기억해 '안녕' 이라고 인사하고 있는 느낌. 너무 슬픈 안녕이란 느낌.


다큐멘터리 3일. 이란 프로를 보다 문뜩 시간의 흐름에 내가 참 감정적으로 많이 다가오는 구나 하고 느꼈어.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지기 3일전. 나이드신 어르신한분이 뒷짐쥐고 그곳을 거닐면서 참 좋았었는데... 참 좋았었는데.. 라고 속삭이듯한 말.
내가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분만큼 나이도 많지도 않으면서, 참 좋았었는데.. 라는 말을 읖조리던 그분의 가슴속에서 나오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어.

시간의 흐름 앞에서 없어져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

그렇게 무뎌지겠지.

그렇게 잊혀져가겠지.



'사라지는것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다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3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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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이영훈

2008/04/23

   그렇게.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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